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신기했던 것 중 하나는 전화였다.
당시 남편은 서른네 살이었다.
그리고 거의 매일 비슷한 시간에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나는 그저 남편이 다정한 사람이고 효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남편은 부모님을 사랑했지만, 부모님과의 관계가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불만도 있었고, 서운함도 있었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도 매일 전화를 했다.
그 모습이 내게는 조금 낯설었다.
사실 당시의 나는 부모님과 한 달에 한 번 통화할까 말까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오히려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왜 부모님께 전화를 하지 않느냐고 자주 물었다.
나는 나름의 이유를 설명했지만 남편은 늘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내가 하는 말을 이해는 하지만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사람처럼.
그때만 해도 나는 그게 남편 개인의 성격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 살며 친구들을 사귀고, 다른 가족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남편은 오히려 평범한 편이었다.
하루에 한 번 부모님과 통화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었다.
어떤 친구들은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부모님과 통화했다.
처음에는 정말 신기했다.
도대체 이 가족애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처음에는 부모님과 사이가 좋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래 지켜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부모님에게 불만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가끔은 부모님 이야기를 하며 답답해하기도 했고, 싸우기도 했고, 의견이 부딪히기도 했다.
그런데도 전화는 했다.
그 부분이 내게는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나는 늘 가족 간의 연락이라는 것은 사이가 좋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사이가 좋아도 전화하고,
사이가 나빠도 전화하고,
화가 나 있어도 전화하고,
별로 할 말이 없어도 전화했다.
마치 식사를 하는 것처럼.
매일 해야 하는 일처럼.
남편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는 남편은 아버지와 매일 통화했다.
두 남자의 대화는 솔직히 꽤 건조했다.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떤 날은 양쪽 다 조금 귀찮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통화는 계속되었다.
그 모습이 내게는 이상하게 보이면서도 동시에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는 신부님이셨던 작은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작은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은 또 다른 친척이 일주일에 몇 번씩 안부 메시지를 보낸다.
한 어른이 사라지면 또 다른 어른이 그 자리를 이어받는 것처럼 보였다.
연결은 끊어지지 않았다.
가끔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이런 모습을 보고 이탈리아 남자들을 마마보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은 적도 있다.
하지만 16년 동안 이탈리아에서 살아보니, 그것은 마마보이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엄마와 생각이 같아서도 아니고,
아빠가 늘 옳아서도 아니고,
가족 관계가 완벽해서도 아니다.
불만도 있고 애증도 있고 갈등도 있다.
그런데도 연결은 끊지 않는다.
이런 모습은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느껴진다.
예를 들어 사춘기 아이와 크게 다투었다고 해보자.
며칠 동안 말도 잘 하지 않고 분위기가 서먹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아이가 학교 행사나 여행으로 며칠 집을 비우게 되면, 남편은 꼭 전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보낸다.
나는 오히려 반대였다.
“친구들이랑 있으면 좋을 텐데.”
“괜히 방해하지 말고 편하게 놀게 두자.”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달랐다.
사이가 좋고 나쁘고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연결된 느낌 그 자체가 중요했다.
신기한 건, 그런 모습을 오래 옆에서 보고 살다 보니 나도 조금 변했다는 것이다.
예전의 나는 부모님과 한 달에 한 번 통화할까 말까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부모님께 전화를 한다.
아빠에게 한 번.
엄마에게 한 번.
남편에게 배웠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이탈리아에서 살며 가족과 연결되어 있는 방식이 조금씩 내 안에도 들어온 것일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도 이 문화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이해할 것 같다가도 다시 이해되지 않는다.
다만 16년 동안 이탈리아에서 살며 알게 된 것은 하나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전화는 단순히 안부를 묻는 수단이 아니다.
가족이라는 관계는 좋아서 이어지는 것만이 아니었다.
불만도 있고 애증도 있고 갈등도 있지만, 그래도 연결은 끊지 않는 것.
어쩌면 내가 오랫동안 신기하게 바라보았던 것은 전화가 아니라 그 연결 자체였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