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탈리아에서 아이를 키우며 가장 놀랐던 것 중 하나는 여름방학이었다.
길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길었다.
이탈리아의 여름방학은 보통 6월 초~중순에 시작해서 9월 초~중순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유아원과 유치원은 오히려 조금 더 늦게까지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내가 살던 지역에서는 보통 6월 말까지 학기가 이어졌다.
대략 3개월.
일 년의 4분의 1이다.
내가 속으로 농담처럼 하는 말이 하나 있다.
“이탈리아에서 부모의 방학은 아이의 여름방학이 끝나는 날부터 다음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까지다.”
물론 과장이다.
하지만 여름방학을 한 번 겪고 나면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조금 이해하게 된다.
한눈에 보기|이탈리아 여름방학
| 항목 | 내가 본 이탈리아 |
|---|---|
| 기간 | 보통 6월 초~중순 ~ 9월 초~중순 |
| 유아원·유치원 | 보통 6월 말까지 운영 |
| 숙제 | 선생님 재량, 대체로 적음 |
| 학원 | 거의 없음 |
| 부모 해결법 | 여름센터 + 조부모 + 휴가 |
| 휴가 피크 | 8월 |
| 생활 패턴 | 오전 + 저녁 활동 중심 |
여름방학인데 숙제는 안 하나요?
숙제는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적다.
초등학교 때는 선생님에 따라 여름 문제집 같은 책을 한두 권 준비하라고 한 적도 있었다.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때 국어 한 권, 수학 한 권 비슷한 형태의 여름 문제집을 준비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떤 선생님은 숙제를 거의 내주지 않았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오히려 숙제가 더 줄어든 느낌이었다.
적어도 내가 본 주변에서는 방학을 복습이나 선행보다 쉬는 시간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더 강했다.
그럼 부모들은 3개월 동안 아이를 어떻게 돌볼까?
답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여름센터, 조부모, 휴가.
그리고 부모 체력.
여기서 많이 등장하는 것이 캄푸스(Campus) 또는 첸트로 에스티보(Centro estivo) 다.
지역 체육 단체, 교회, 스포츠센터, 협회 등에서 운영한다.
프로그램마다 다르지만 내가 본 곳들은 보통 아침부터 점심 이후 오후까지 운영됐다.
아이들은 운동하고, 뛰고, 점심 먹고, 놀고, 다시 집에 온다.
솔직히 말하면 교육보다는 돌봄의 성격이 조금 더 강했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축구 클럽 여름센터에 가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아이도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주로 이런 축구 클럽 여름센터를 다녔다.
오전에는 운동하고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조금 느슨하게 자유 시간을 보내는 흐름이었다.
우리 아이는 저학년 때 여러 여름센터를 다녔다.
큰 공원에서 자전거 타며 시작하는 곳도 있었고 매일 수영하는 곳도 있었다.
여름센터 현실 정리|내 경험 기준
| 항목 | 내가 본 이탈리아 |
|---|---|
| 신청 | 주 단위 |
| 예약 | 방학 전에 미리 |
| 운영 | 아침 ~ 점심 이후 오후 |
| 픽업 | 점심 전 / 점심 후 / 오후까지 선택 가능한 곳도 있음 |
| 점심 | 제공하는 곳 많음 |
| 활동 | 스포츠·수영·공원·축구 |
| 인기 | 친구 따라 신청 많음 |
| 8월 | 쉬는 곳도 있음 |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여름센터에 보낼 때는 픽업 시간도 중요하다.
우리 집은 가능하면 점심 전에 데리러 오는 편이었다.
이탈리아의 여름은 생각보다 덥다.
점심 이후에는 야외 온도가 훅 올라간다.
아이들이 실내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더라도 오후까지 있으면 너무 지쳐 보일 때가 많았다.
물론 부모가 둘 다 밖에서 일한다면 오후까지 맡길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거나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면 어린 아이들은 점심 전이나 점심 직후 데려오는 편이 훨씬 나아 보였다.
엄마들 왓츠앱에서는 여름센터 정보가 종종 공유됐다.
신청 일정이나 추천 프로그램 이야기가 많이 올라왔다.
인기 프로그램은 빨리 마감된다.
하지만 주 단위 운영이라 다음 주에 자리가 생기기도 한다.
여름센터 비용은 어느 정도 들까?
| 형태 | 대략 비용 |
|---|---|
| 반일 | 주 80~120유로 |
| 전일 (점심 포함) | 주 120~200유로 이상 |
| 수영·특화 프로그램 | 추가 비용 있는 경우 있음 |
※ 지역·운영기관마다 차이가 있음
※ 아이 둘이면 부담이 꽤 커질 수 있음
※ 월 단위가 아니라 주 단위 결제가 많음
비용이 누적되면 부담이 꽤 커진다.
특히 아이가 둘 이상이면 여름센터 비용이 한 달 생활비처럼 느껴진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부모 휴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3개월을 휴가로 해결하는 집은 거의 없다.
내가 본 주변은 대부분 엄마·아빠가 휴가를 맞춰 가족이 함께 휴가를 갔다.
특히 8월에 2주 정도 길게 쉬는 경우를 많이 봤다.
물론 일정이 맞지 않으면 엄마나 아빠가 며칠 더 휴가를 내서 아이를 돌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여름센터, 조부모, 부모 휴가가 함께 움직인다.
조부모가 가까이 계시면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한 달 정도 조부모 집에서 보내는 아이들도 있었다.
양쪽 조부모가 모두 계시면 거의 여름 전체가 휴가처럼 흘러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부모들은 여름을 버틴다
우리 집은 조부모님이 멀리 계셔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기 어려웠다.
그래서 어릴 때는 대부분 우리가 직접 돌봤다.
0~6세 무렵에는 아침 먹이고,
집안일 하고,
공원 가고.
너무 늦으면 더워지니까 늦어도 오전 11시에 나갔다.
오후에는 남편이 다시 공원으로 갔다.
아이가 커질수록 친구들이랑 공놀이하느라 저녁 8시 가까이 돼서 들어왔다.
사실 아이에게 공원이 좋은 건 알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매일 공원에 가는 건 내게 거의 출근 같았다.
오늘도 가야 하나….?
여름은 원래 더운데 아이는 심심하고 부모는 지친다.
집에 오래 있으면 잔소리도 늘어난다.
돈은 들지만 여름센터가 부모에게 선택지가 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학원이 없다고 부모가 편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부모 체력이 더 많이 필요했다.
아이가 크면 여름도 달라진다
중학생이 되면 여름센터에 가더라도 돌아와서는 점점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다.
처음에는 자유가 좋아 밖에서 놀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온라인 게임으로 만나기도 한다.
중학교 1~2학년 정도까지는 오후에 만나 축구하거나 농구하는 경우를 자주 봤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더위가 가시면 밖으로 나온다.
특히 바닷가 지역은 더 그렇다.
늦게 일어나고, 늦게 저녁 먹고, 해 지면 친구 만나고, 늦게 들어온다.
고등학생이 되면 여름은 거의 아이들 것이 된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늦게까지 놀고 자기들만의 여름을 만든다.
누군가 내게 이탈리아 여름방학이 어떤지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방학은 길고, 숙제는 적고, 학원은 거없고,
부모들은 여름센터와 조부모, 휴가를 조합하며 여름을 보낸다.
그리고 학원이 없다고 부모가 편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