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와서 처음 화장실 청소를 할 때, 나는 가능하면 세제를 많이 쓰고 싶지 않았다.
식초와 베이킹소다만으로도 충분히 깨끗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수전과 세면대, 샤워부스에 하얗고 뿌연 자국이 계속 남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청소를 덜 해서 그런 줄 알았다.
더 자주 닦아보고, 식초도 더 뿌려보고, 베이킹소다도 써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반짝여야 할 수전은 점점 뿌옇게 변했고, 물이 닿는 부분에는 계속 하얀 자국이 남았다.
심지어 어느 순간에는 수전 끝부분이 약간 초록빛으로 변해가는 것처럼 보였다.
세제를 안 써서 더 건강하게 청소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화장실은 내가 생각한 방향과는 다르게 가고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샤워부스였다
솔직히 말하면, 화장실 청소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샤워부스였다.
투명한 샤워부스에 물이 닿으면 아무리 유리 닦는 막대로 물기를 밀어내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다시 석회 자국이 생겼다. 처음에는 내가 덜 닦아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매번 닦아도 하얀 물자국은 또 생겼다.
특히 우리 집 샤워부스는 작은 사각형 큐브처럼 생겨 있어서 더 그랬다. 천장만 빼고 다섯 면에 물이 닿았다. 문, 옆면, 반대쪽 옆면, 안쪽 벽, 바닥 가까운 부분까지. 샤워 한 번 하고 나면 그 다섯 면을 전부 신경 써야 했다.
그때는 정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씻은 건가, 샤워부스를 청소하러 들어간 건가.”
이탈리아 화장실 청소에서 석회 자국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은 수전이나 세면대일 수 있지만, 체감상 가장 힘든 곳은 샤워부스였다. 투명해서 더 잘 보이고, 면적이 넓어서 더 오래 걸리고, 닦아도 금방 다시 생겼다.
시댁에서 맡았던 그 세제 냄새
그러던 어느 날 시댁에 갔다.
작은 시누이가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화장실에서 특유의 세제 냄새가 확 났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렇게 강한 화학제품을 쓰면 건강에 안 좋을 텐데.”
그때의 나는 꽤 확신에 차 있었다.
나는 식초와 베이킹소다로 청소하고 있었고, 그게 더 안전하고 좋은 방법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시누이의 세제 냄새를 맡고도 그냥 “이탈리아 사람들은 세제를 세게 쓰나 보다”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 집 화장실의 수전은 계속 뿌옇게 변했다.
세면대도 닦은 직후에는 괜찮은 듯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하얀 자국이 올라왔다.
그때는 챗GPT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바로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았다.
나는 그냥 내가 청소를 잘 못하는 줄 알았다.
결국 석회제거제 anticalcare를 사게 됐다
어느 날 남편에게 말했다.
“화장실 청소가 너무 어려워. 닦아도 계속 뿌옇게 돼.”
남편이 화장실 청소에 대해 특별히 잘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도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세제를 한번 사볼까? 슈퍼에 가서 anticalcare를 사보자.”
그 길로 슈퍼마켓에 가서 석회 제거 기능이 있는 화장실 세제를 샀다.
제품에는 anticalcare라고 적혀 있었다.
집에 와서 뿌리는 순간, 익숙한 냄새가 났다.
아, 이 냄새.
어디서 맡아봤는데.
맞다.
시댁에서 시누이가 화장실 청소할 때 나던 그 냄새였다.
그때 알았다.
시누이가 괜히 강한 세제를 쓰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이탈리아에서는 물에 석회가 많아서, 화장실 청소가 단순히 비누때를 닦는 문제가 아니었다.
수전과 세면대, 샤워부스에 남는 하얀 자국은 물이 마르면서 남긴 석회 자국이었다.
물론 식초로 어느 정도 닦이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내가 만들던 식초와 베이킹소다 청소법만으로는 이미 쌓인 석회 자국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제야 내가 그동안 “친환경 청소”라는 이름으로, 이탈리아 물의 성질을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기에는 WC용 세제를 따로 쓴다
이탈리아 화장실에서 석회가 끼는 곳은 세면대나 수전만이 아니다.
변기 안쪽에도 하얗거나 누렇게 보이는 석회 자국이 생길 수 있다.
처음에는 그냥 청소가 덜 된 얼룩처럼 보이지만, 닦아도 쉽게 없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변기 청소에는 일반 욕실 세제보다 WC용 세제를 따로 쓰는 편이 낫다.
이탈리아 슈퍼마켓에 가면 변기 청소용 제품에 WC, anticalcare, igienizzante 같은 말이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세면대와 수전에는 욕실용 anticalcare, 변기 안쪽에는 WC용 세제.
이렇게 나눠서 쓰는 것이 나에게는 훨씬 현실적이었다.
세제는 섞어 쓰면 안 된다
다만 이런 세제를 쓸 때는 조심할 점도 있다.
욕실 세제, 변기 세제, 석회 제거제, 표백제 같은 제품은 절대 마음대로 섞어 쓰면 안 된다.
더 깨끗해질 것 같아서 여러 세제를 함께 쓰고 싶을 때가 있지만, 세제끼리 섞이면 위험한 냄새나 가스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한 번에 한 가지 세제만 쓴다.anticalcare를 썼다면 다른 세제를 바로 겹쳐 쓰지 않고, 물로 충분히 헹군 뒤 환기를 한다.
변기에는 변기용 WC 세제를 쓰고, 수전이나 세면대에는 욕실용 석회 제거제를 쓰는 식으로 구분해서 사용한다.
냄새가 강한 제품을 쓸 때는 창문을 열고, 항상 장갑을 낀다.
이탈리아 화장실 청소에서 중요한 것은 세제를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맞는 세제를 안전하게 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청소, 업체에 맡길까? 말까?
내가 본 이탈리아에서는 집 청소를 직접 하는 집도 많지만, 정기적으로 사람을 불러 맡기는 집도 드물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게 조금 낯설게 느껴졌는데, 석회 자국이 계속 생기는 화장실과 샤워부스를 닦다 보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조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해한다고 해서 내가 바로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것도 습관이나 성향의 문제인지, 나는 아직 다른 사람에게 집 청소를 맡기는 일이 쉽지 않다.
누군가 와서 깨끗하게 해주면 편하겠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막상 내 집의 욕실과 부엌을 남에게 맡기는 장면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내가 닦는다.
그리고 닦을 때마다 생각한다.
이탈리아 물은 정말 만만하지 않다고.
초보를 위한 청소 팁: 석회 제거는 자주 가볍게 할수록 편하다
지금도 나는 세제를 무조건 많이 쓰는 편은 아니다.
냄새가 강한 제품은 여전히 조심스럽고, 사용할 때는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한다.
그래도 수전, 세면대, 샤워부스의 하얀 석회 자국에는 이제 anticalcare를 쓴다.
이탈리아 화장실 청소를 처음 한다면, 석회 자국은 오래 묵히지 않는 것이 좋다.
오래 쌓인 석회를 한 번에 닦으려고 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도 더 든다.
그래서 세면대, 변기, 비데처럼 자주 쓰는 곳은 평소에 가볍게 한 번씩 닦아주는 편이 훨씬 편하다.
다만 샤워부스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샤워부스까지 매번 완벽하게 닦으려고 하면 너무 힘들다.
그래서 나는 세면대, 변기, 비데는 자주 가볍게 닦고, 샤워부스는 조금 몰아서 청소하는 쪽으로 타협하게 됐다.
이탈리아 화장실 청소에서는 anticalcare라는 단어 하나를 알아두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이탈리아에 살다 보면 한국에서 익숙했던 방식이 그대로 통하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화장실 청소도 그중 하나였다.
나는 식초와 베이킹소다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이곳의 물은 내 생각보다 훨씬 고집이 셌다.
이 글이 이탈리아에서 화장실 청소 앞에 막막해진 초보 청소러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