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 살다 보면 생각보다 자주 고민하게 되는 게 바로 물이다.
잘 들여다보면 집마다 물을 마시는 방식이 꽤 다르다.
가장 흔한 건 플라스틱 생수
가장 흔한 건 슈퍼마켓에서 플라스틱 생수를 사서 마시는 방식이다.
브랜드도 다양하고 가격도 조금씩 다르다. 어떤 집은 늘 같은 물을 사고, 어떤 집은 그날 할인하는 물을 고른다. 탄산이 있는 물과 없는 물을 따로 사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장을 보면서 물 묶음을 함께 사 오는 모습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흔하게 보게 되는 장면 중 하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물을 마실지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조금 더 신경 쓰는 사람들은 물을 어떻게 마실지에 대해 꽤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플라스틱 생수를 피하는 이유
특히 플라스틱 생수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걱정이다.
여름이 되면 그 생각은 더 커진다. 슈퍼마켓에서 뜨거운 햇빛 아래 쌓여 있는 생수병을 보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유통 과정에서 그 물병들이 열을 전혀 받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같은 생수라도 더 신중하게 고르거나, 아예 다른 방식을 찾는 집도 있다.
유리병 물을 배달받는 집들
그중 하나가 유리병 물을 배달받아 마시는 방식이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분명히 그런 집들이 있다. 유리병에 담긴 물을 배달받고, 다 마신 병은 따로 모아두었다가 다시 회수해 가는 방식이다. 이탈리아에는 아파트마다 따로 쓰는 창고나 지하 공간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곳에 병을 쟁여두고 마시기도 한다. 다만 비용이 더 들고, 빈 병을 모아두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방식은 아니다.
그냥 수돗물을 마시는 집
또 어떤 집은 그냥 수돗물을 마신다.
이탈리아에서는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사람도 있다. 다만 여기서 사람들의 고민은 물 자체보다 건물의 상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오래된 건물이 많다 보니, 물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까지 괜찮은지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우리도 예전에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이사 오기 전 집에서 한동안 생수를 사 마시다가, 어느 순간 물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결국 수돗물을 직접 검사해 보기로 했고, 사설 기관에 샘플을 보내서 결과를 받아봤다. 비용도 적지 않았다. 200유로가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집은 196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었는데, 결과는 의외로 단순했다.
마셔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는 수돗물을 그냥 마시기 시작했다.
그 경험이 있고 나니, 물을 고르는 기준이 조금 달라졌다.
한 번 걸러 마시는 방식
그래서인지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기보다는 한 번 걸러 마시는 집도 꽤 많다.
브리타나 라이카 같은 필터 주전자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수돗물을 받아서 필터를 거쳐 마시는 방식인데, 생수를 계속 사 오는 번거로움을 줄이면서도 마음은 조금 더 편해지는 선택이다. 비용이나 관리 면에서도 부담이 크지 않아서 현실적인 중간 지점처럼 느껴진다.
집에 정수기를 설치하는 경우
집에 정수기를 설치하는 가정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건 비교적 소수다. 비용이 높은 편이고, 이후 관리까지 계속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물을 떠 가는 사람들
그리고 한 가지 더 눈에 들어오는 방식이 있다.
도시 곳곳에는 물을 떠갈 수 있는 곳이 있다. 지역에 따라 case dell’acqua, casette dell’acqua, 혹은 fontanella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데, 물병을 여러 개 들고 가서 채워 오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물값을 아끼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이기도 할 것이다. 나도 아직 직접 이용해 보지는 않았지만, 이런 방식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존재한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결국 물도 생활 방식이다
이탈리아에서 물을 마시는 방식은 이렇게 하나로 정리되지 않는다.
플라스틱 생수를 사는 집이 가장 많지만, 유리병 물을 받는 집도 있고,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집도 있고, 필터 주전자를 쓰는 집도 있고, 정수기를 설치한 집도 있고, 직접 물을 떠 오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 물은 그 집이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
편한 것이 중요한지, 비용이 중요한지, 건강이 중요한지, 환경이 중요한지, 아니면 그 모든 것을 적당히 섞어 가는지가 다 다르다.
겉으로 보면 그냥 물 한 병의 문제 같지만, 오래 보다 보면 그 안에 생활 방식이 다 들어 있다.
그래서 이탈리아에서는 물 이야기가 생각보다 자주 나온다. 누구는 아무렇지 않게 넘기고, 누구는 꽤 오래 고민한다. 매일 마시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 살수록 각자의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정리되는 것 같기도 하다.
유학생, 가족, 여행자의 물 선택
| 상황 | 더 많이 선택하게 되는 방식 | 이유 |
|---|---|---|
| 유학생 | 플라스틱 생수 → 필터 주전자 | 처음에는 가장 간단한 방식이 생수지만, 시간이 지나면 비용과 무게 때문에 필터 주전자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 |
| 가족 | 필터 주전자 / 수돗물 / case dell’acqua | 물 소비가 많아서 매번 사 오는 부담을 줄이려는 선택이 많다 |
| 여행자 | 플라스틱 생수 | 가장 빠르고 익숙하고, 짧은 기간에는 다른 방식에 적응할 필요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