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살다 보면 장보기는 점점 생활의 리듬이 된다.
처음에는 무엇을 사야 할지 막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늘 집에 두게 되는 식재료들이 생긴다.
이 글은 우리 집 기준으로, 실제로 항상 구비해두고 있는 식재료들을 정리한 기록이다.
특별한 재료가 아니라, 바쁜 날에도 균형 있는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들이다.

늘 두는 기본 식재료
우리 집에서 떨어지지 않게 항상 챙겨두는 식재료들은 비교적 간단하다.
토마토소스, 이미 조리된 콩 종류, 참치 캔, 고등어 캔 같은 저장식품들이다.
콩은 따로 불리고 삶기보다 병이나 팩에 담긴 제품을 사서 바로 쓰는 편이다.
토마토소스도 종류를 나눠서 둔다.
기본이 되는 퓌레 디 포모도로와 폴파 디 포모도로도 있지만, 그것만 두지는 않는다.
아이 친구들이 갑자기 놀러 오거나 빨리 한 끼를 준비해야 할 때를 대비해 수고 프론토도 항상 준비해 둔다.
몇 가지 맛으로 두세 병쯤 있으면 생각보다 든든하다.
올리브오일은 당연히 늘 있고, 파스타도 종류별로 구비해 둔다.
쌀도 따로 나눠서 준비한다.
리소토용 쌀과 일반 흰쌀을 각각 따로 두고, 상황에 맞게 사용한다.
냉장고에 늘 있는 것들
냉장고에는 계란이 항상 있다.
이건 거의 마지막까지 남아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재료에 가깝다.
그리고 치즈 종류도 늘 구비해 둔다.
파르미지아노 치즈는 거의 빠지지 않고, 슬라이스 치즈인 소틸레타도 자주 준비해 둔다.
모차렐라도 떨어지는 날이 거의 없다.
이런 치즈들은 단순히 맛 때문에만 두는 게 아니라, 냉장고를 열었을 때 아이에게 줄 만한 단백질이 마땅치 않은 날을 대비하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치즈가 일종의 기본 재료이자 비상 재료처럼 느껴진다.
우유, 버터, 잼, 꿀도 늘 떨어지지 않게 채워두는 편이다.
간단한 아침이나 간식으로 자주 쓰이기 때문이다.
빵에 뭔가를 발라 먹는 아침 식사를 자주 해서 리코타나 크림치즈도 항상 준비해 둔다.
마요네즈, 케첩, 발사믹 식초, 일반 식초, 레몬즙 같은 기본 소스류도 늘 있다.
냉동실에 쌓여 있는 것들
우리 집 냉동실은 생각보다 꽤 채소 중심이다.
당근, 양파, 샐러리를 잘게 썰어 섞어놓은 냉동 채소 믹스,
이탈리아에서 소프리토용으로 많이 쓰는 재료를 항상 하나 두고 있다.
그 외에도 냉동 브로콜리, 아스파라거스, 치커리, 비에톨라, 버섯을 자주 사 둔다.
이미 구워진 가지나 호박도 냉동으로 판매되는데, 이것도 오븐에 넣으면 바로 완성되어 꽤 편해서 자주 이용한다.
노란색이나 주황색 호박을 큐브 형태로 손질해 둔 냉동 제품도 늘 구비해 둔다.
냉동 완두콩도 항상 있고, 아이를 위해 냉동 생선 스틱 같은 간단한 식품도 함께 준비해 둔다.
그리고 냉동 피자는 한두 개 정도 늘 있다.
정말 아무것도 하기 어려운 날을 대비한 재료다.
우리 집만의 방식 하나
이건 이탈리아 사람들보다 내가 더 자주 하는 방식일 수도 있는데, 빵을 한꺼번에 사서 냉동해 두는 습관이 있다.
아이 파니노를 매일 준비해야 해서, 그때그때 빵을 사는 대신 일주일치 정도를 사서 냉동해 둔다.
이렇게 해두면 매일 베이커리에 가지 않아도 되고, 아침이나 간식 준비가 훨씬 단순해진다.
예상치 못한 손님을 위한 것들
집에 늘 두는 것들 중에는 꼭 식사 재료만 있는 건 아니다.
아이 친구들이 갑자기 집에 오거나 예상보다 오래 머무르게 될 때를 대비해서 감자칩과 콜라도 한두 개쯤 준비해 둔다.
평소에 늘 먹는 건 아니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의외로 이런 것들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런 부분까지 포함해서 보면, 집에 늘 두는 식재료는 단순히 요리를 위한 재료만은 아닌 것 같다.
아이 친구나 손님이 갑자기 와도 덜 당황하게 해주는 준비에 가깝다.
이렇게 살다 보니
이탈리아 슈퍼마켓에는 선택지가 많지만, 막상 집에 늘 두게 되는 건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이미 조리된 재료,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식재료, 손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한 끼를 만들 수 있는 것들,
그리고 아이 친구나 손님이 갑자기 와도 어느 정도는 대응할 수 있게 해주는 것들.
결국 식재료를 어떻게 갖춰두느냐가 집밥의 리듬을 결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거창하지 않아도, 냉장고와 냉동실에 이런 재료들이 채워져 있으면 식사 준비가 더 편해지고 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