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짧은 로마 여행, 바티칸 중심으로 다녀온 후기

로마를 길게 본 여행은 아니었다. 첫날 오후에 출발해 셋째 날 아침에 돌아오는 짧은 일정이었다. 그래도 바티칸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면 2박 3일도 생각보다 알찼다.

이 글은 로마 여행의 감상보다는 실제로 짧게 다녀오면서 느낀 현실적인 팁에 가깝다. 숙소를 어디에 잡으면 좋을지, 바티칸 일정은 어떻게 나누면 덜 힘든지, 저녁 식사는 어디가 괜찮았는지 같은 이야기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로마 여행에서 느낀 개인적인 감상은 이전 글에 따로 적어두었다.

이탈리아 16년 차, 남편과 처음 다녀온 로마·바티칸 여행

2박3일 우리의 짧은 로마 일정

먼저 전체 일정은 이랬다.

첫째 날

  • 오후 3시경 로마 도착
  • 프라티 숙소 체크인
  • 오후 5시 산피에트로 대성당
  • 숙소 근처 저녁 식사
  • 숙소 복귀

둘째 날

  • 버스로 나보나 광장 근처 이동
  • 앤틱 거리 구경
  • 수플리로 간단히 점심
  • 바티칸 뮤지엄 (시스티나 성당)
  • 숙소 근처 저녁 식사
  • 숙소 복귀

셋째 날

  • 아침 식사 후 일찍 출발
  • 집으로 복귀

우리는 콜로세움이나 트레비 분수처럼 로마의 대표 관광지를 모두 넣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번 여행은 처음부터 바티칸 중심으로 잡았다. 로마를 조금 더 보고 싶어 버스를 타고 나보나 광장 근처로 가는 일정을 넣었다. 짧은 일정에서는 오히려 욕심은 조금 줄이고, 대신 버스 이동을 살짝 넣어 만족도를 높였다.

숙소는 프라티 근처로…

우리처럼 짧은 기간 로마를 여행하고, 특히 바티칸을 중심으로 볼 예정이라면 프라티 근처 숙소를 추천하고 싶다. 바티칸까지 걸어갈 수 있고, 관광지 한가운데보다 조금 덜 붐비는 느낌이 있었다.

로마 프라티 지역의 조용한 분위기와 현지인들이 살고있는 모습

프라티는 실제 사람들이 사는 동네 느낌이 컸다. 큰길에는 차와 오토바이가 많았지만, 숙소 주변은 거주지 느낌이 더 강했고 분위기도 비교적 차분했다. 짧은 일정에서 숙소 위치가 편하다는 건 생각보다 중요하다. 이동에 체력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묵은 숙소 자체는 조금 아쉬웠다. Booking.com에서 프라티 근처 아파트형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는데, 아파트 한 채를 여러 방으로 나눈 구조였다. 위치는 좋았지만 유럽 오래된 건물 특유의 얇은 벽 때문에 프라이버시가 거의 없었다.

짧은 여행일수록 숙소에서 잘 쉬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프라티 지역은 다시 고려하겠지만, 숙소 형태는 게스트하우스보다 호텔을 선택할 것 같다. 조금 더 번화한 곳이어도 편하게 잘 수 있는 곳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피에트로 대성당과 바티칸 뮤지엄은 꼭 예약을 추천해요

산피에트로 대성당과 바티칸 뮤지엄은 가능하면 미리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짧은 일정이라면 기다리는 시간과 체력 소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첫날 오후에 산피에트로 대성당을 보고, 둘째 날 오후에 바티칸 뮤지엄과 시스티나 성당을 봤다. 개인적으로는 이 두 곳을 같은 날에 몰아서 보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체력적으로도 꽤 힘들고, 아름다운 공간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감동이 조금 무뎌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산피에트로 대성당도 규모가 크고 인상적인 곳이지만, 바티칸 뮤지엄은 훨씬 더 체력을 요구한다. 뮤지엄 내부가 크고, 사람도 많고, 시스티나 성당까지 가는 길도 꽤 길다.

바티칸 뮤지엄 내부 오래된 석고상들과 구경하는 관광객들의 차분한 분위기

바티칸 뮤지엄에 가는 날에는 그 전에 너무 체력을 많이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너무 배고프지 않게 간단히 점심을 먹고, 물이나 작은 간식을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름다운 공간이 계속 이어지지만, 그만큼 계속 걷게 된다는 것도 기억하면 좋다.

버스 창밖으로 본 로마의 얼굴

둘째 날에는 바티칸 뮤지엄 예약 전에 시간이 있어서 버스를 타고 나보나 광장 근처로 갔다. 그 주변의 앤틱 거리를 잠깐 둘러보고, 길가에 있던 작은 가게에서 수플리를 바로 만들어 파는 것을 보고 남편과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짧은 일정에서는 점심을 너무 무겁게 먹기보다 이렇게 간단히 먹고 움직이는 것도 괜찮았다. 바티칸 뮤지엄을 보기 전이라 배가 너무 고프지 않게만 준비하면 충분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로마에서는 한 번쯤 버스를 타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버스 창밖으로 내다보는 로마는 또 다르게 보인다. 관광지만 걸어서 볼 때와는 다른 도시의 얼굴이 보인다. 큰 건물들, 오래된 거리, 가게와 사람들, 로마의 생활감 같은 것들이 버스 안에서는 더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Il Lume – Osteria alle Scalette 에서의 좋았던 저녁 식사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 중 하나는 저녁 식사였다. 우리는 숙소 근처에서 우연히 Il Lume – Osteria alle Scalette라는 오스테리아를 발견했다. 위치는 Via Vittor Pisani 12, Prati/Delle Vittorie 근처다.

프라티 지역의 조용한 거리와 야외 테이블이 있는 오스테리아 풍경

원래 우리는 여행할 때 레스토랑에 대한 기대치를 크게 높이지 않는 편이다. 구글 리뷰도 참고는 하지만 아주 믿지는 않는다. 외국인 관광객 리뷰가 많은 경우도 있고, 실제 음식의 만족도와 평점이 꼭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떤 사람들이 앉아 있는지, 웨이터의 차림이 깔끔한지, 식당 분위기가 어떤지를 더 많이 본다. Il Lume도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야외 테이블에 앉아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의 표정이 편안해 보여 들어간 곳이었다.

메뉴판에 메뉴 수가 많지 않았던 것도 마음에 들었다. 오히려 그런 점에서 믿음이 갔다. 웨이터들도 대부분 이탈리아 사람들이었고, 나중에 보니 주방도 이탈리아 셰프들이 일하는 곳이었다. 관광객만 빠르게 상대하는 식당 느낌이 덜했고, 전체 분위기가 조용하고 차분했다.

5월 초였지만 밤공기는 꽤 차가웠다. 야외 자리에 앉았는데, 웨이터들이 히터를 옮겨가며 손님들이 춥지 않게 신경 써주는 모습도 좋았다. 이런 작은 부분에서 식당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날에는 파스타와 구운 야채, 와인, 티라미수를 먹었고 둘째 날에는 고기 요리를 주문했다. 둘 다 만족스러워서 우리는 결국 이틀 연속 같은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바티칸 뮤지엄 근처라, 바티칸 중심으로 여행하는 사람에게 저녁 식사 장소로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짧은 여행일수록 덜어내기

로마는 볼 것이 정말 많은 도시다. 그래서 2박 3일 안에 모든 것을 보려고 하면 오히려 지칠 수 있다. 우리는 이번에 콜로세움, 트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같은 대표 관광지를 과감히 넣지 않았다.

대신 산피에트로 대성당, 바티칸 뮤지엄, 시스티나 성당을 중심으로 보고, 남는 시간에는 버스를 타고 다른 지역의 분위기를 보는 정도로 움직였다. 결과적으로는 이 선택이 좋았다.

짧은 로마 여행에서는 “많이 보는 것”보다 “덜 지치고 덜 헤매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특히 바티칸을 중심으로 본다면 하루에 큰 일정 하나 정도만 넣는 것이 현실적이다.

마무리

로마 2박 3일 여행은 짧다. 하지만 바티칸 중심으로 동선을 잡고, 숙소 위치를 잘 선택하고, 욕심을 조금 줄이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여행이 될 수 있다.

우리에게는 프라티 지역 숙소, 산피에트로 대성당과 바티칸 뮤지엄을 나눠 본 일정, 버스 창밖으로 바라본 로마, 그리고 숙소 근처에서 발견한 작은 오스테리아가 기억에 남았다.

짧은 여행이라도 모든 것을 다 봐야 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조금 덜 보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본 것들이 더 오래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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