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이탈리아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4
유치원 단체 채팅방에 처음 들어갔을 때, 나는 잠시 멈췄다. 인사를 해야 할지, 그냥 조용히 읽고만 있어도 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글은 그때 내가 느꼈던 조심스러움과,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된 보이지 않는 규칙들을 담담하게 정리한 기록이다.비슷한 자리에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 이 경험이 힌트가 되었으면 좋겠다.

처음
이탈리아에서는 각 반마다 rappresentante, 그러니까 학부모 대표가 왓츠앱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운영한다.
이곳에서는 준비물 공지나 결석한 아이를 위한 숙제 정보가 오가고,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학급 행사 같은 이야기도 공유된다. 가끔은 선생님에 대한 불만이나 비판이 올라오기도 하는데, 그런 일은 유치원 시절에 특히 잦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눈에 띄게 줄어든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채팅방을 직접 관리하지 않았다. 대신 남편이 맡았다. 그래서 나에게 특별히 큰 사건이나 갈등은 없었다.
하지만 가끔 이런 생각은 들었다. 한국이었다면 내가 더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었을 텐데. 특히 학급 행사에 대해 내 의견을 말하고 싶을 때마다 그 생각이 스쳤다.
모국어가 아니기에 말의 뉘앙스나 단어 선택이 어색하게 느껴질까 봐, 나는 채팅방에 글을 쓰는 일 앞에서 자주 망설이게 되었다.
그 조심스러움이 나를 작게 만들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분명히 나를 한 발 뒤에 서게 하긴 했다.
조용한 참여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또 하나를 깨달았다. 이 채팅방에서 말수가 적을수록 사람들의 입방에 오를 일도 적다는 것.
단체 채팅방은 정보를 나누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구설이 시작되는 곳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시간과 함께 점점 더 또렷하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결석한 아이의 엄마가 그날 수업 내용을 알고 싶어 할 때 사진을 보내주는 일처럼, 도움이 분명한 일에는 주저하지 않고 참여했다.
이런 방식으로 나는 이 그룹 안에서 조용히 정보를 나누고, 도움을 주며, 과하지 않은 존재감으로 관계를 이어갔다.
학급의 일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존재감 있는 학부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아이가 자랄수록 조금씩 바뀌었다.
지금의 나는 학급 일에 대한 이해는 갖되 차분히 지켜보는 엄마로서 더 오래, 더 편안하게 서 있을 수 있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그런 태도가 아이에게도 오히려 더 유익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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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몰랐지만 유치원 단체 채팅방은 단순한 소통의 공간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아이 이야기를 하면서도 서로의 거리와 위치를 가늠하고, 말하지 않은 태도로 관계를 만들어 갔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서 어떤 엄마로 살아갈지 조금씩 배워가고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건 제도나 언어보다 먼저, 이런 보이지 않는 규칙들 속으로 천천히 들어가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