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아이의 오후 – 공원과 아빠의 시간

시리즈: 이탈리아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2

이 글은 이탈리아에서 세 살 아이의 오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공원이라는 공간을 둘러싼 현실과 리듬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특히 아이의 오후를 함께하기 위해 아빠가 맡아온 역할을 따라가며, 이탈리아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 조용히 생각해본다.

물병으로 물을 마시는 어린아이와 아이에게 말을 거는 아빠가 공원의 초록 잔디밭에서 함께 있다

오후의 공원은, 나에게 늘 조금 복잡한 공간이었다.

아시아계 엄마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동네에서 아이를 데리고 공원에 가는 일은 나에게 편안한 일이 아니었다. 이탈리아의 공원은 사람이 많은 오후 시간이라 해도, 항상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람이 거의 없는 점심시간이나 늦은 저녁, 밤 시간은 더더욱 그렇다.

아이와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물건을 노리는 시선들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아이가 친구들과 공원에 혼자 다닐 수 있을 나이가 될 때까지, 남편은 오랜 시간 오후의 시간을 아이에게 내어주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오후 네 시 반에서 다섯 시쯤이면 남편은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아이를 데리고 공원에 가는 일은 늘 남편의 몫이었다.

물론 나도 함께 가는 날이 있었지만, 누군가는 일을 해야 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집에서 일을 하거나, 장을 보거나,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두었다.

이탈리아에서 아이들의 야외 활동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중소 도시가 많은 이 나라에서는 동네에서 또래 아이들과 얼굴을 트고 지내는 일이 특히 중요하다. 이사를 가거나 도시를 옮기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한 번 맺어진 관계는 아이가 자라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내성적인 성향의 우리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해, 남편은 아이들과 직접 뛰어놀며 몇 년을 보냈다. 그 덕분에 아이는 동네에 형도, 동생도,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친구들도 많이 생겼다.

남편이 특별한 경우인지, 다른 이탈리아 아버지들도 다 그런지는 모르겠다. 다만 우리 아이의 유년 시절에서 오후의 공원은, 늘 아빠의 모습과 함께 남아 있다.

신나게 뛰어놀고 돌아온 아이는 저녁 여섯 시에서 일곱 시 사이 집에 도착했다. 씻고 저녁을 먹이면 아이는 금세 잠자리에 들었다.

잠들기 전, 남편과 나는 아이의 침대 옆에 앉아 책을 읽어주었다. 남편은 이탈리아어 책을, 나는 한국어 책을 읽었다. 그렇게 하루가 조용히 마무리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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