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유치원은 학교마다 분위기와 시간표가 조금씩 다르다. 그래도 큰 흐름은 비슷하다. 아침에 등원해 친구들과 섞여 지내고, 그림을 그리고, 만들기를 하고, 몬테소리 도구를 만지며 시간을 보낸다. 계절에 따라 정원을 가꾸거나 식물에 대해 배우기도 한다. 이 글은 내가 이탈리아에서 직접 경험한 유치원 생활을 바탕으로, 실제 하루의 리듬이 어떤지 정리한 것이다.

이탈리아 유치원은 보통 만 3세부터 만 6세까지의 아이들이 다닌다. 우리 아이가 다닌 유치원은 한 반에 3살, 4살, 5살 아이들이 함께 있었다. 한 반에는 약 20명의 아이들이 있었고, 이런 반이 두 개 있었다. 각 반에는 교사가 두 명씩 있었고, 아이들은 늘 같은 반 안에만 머무르기보다 가끔 서로 섞여 지내기도 했다. 한국에서 흔히 떠올리는 또래별 반 구성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등원 시간
일반 등원 시간은 아침 8시 30분부터 9시 사이였다.
다만 더 이른 시간에 아이를 맡길 수도 있었다. 오전 7시 30분쯤부터 가능했는데, 누구나 자동으로 이용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부모가 미리 학교에 이야기하고 허가를 받아야 했다. 출근이 이르거나 회사가 먼 부모들을 위한 배려에 가까웠다.
우리 집은 점심 전에 데리러 갔다
유치원에서는 급식을 추천했지만, 우리 집은 아이가 점심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 먹었으면 했다. 또 유치원 급식이 원내 조리가 아니라 외부 업체를 통해 들어오는 방식이어서, 더 자연스럽게 집에서 점심을 먹이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낮 12시 30분에서 1시 15분 사이에 아이를 데리러 갔다. 덕분에 오전 시간의 흐름은 비교적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오전에는 무엇을 할까
활동은 매일 조금씩 달랐지만 기본적인 흐름은 비슷했다. 그림 그리기, 색칠하기, 만들기, 손으로 하는 작업이 많았고, 몬테소리 도구를 이용해 아이가 스스로 고른 활동을 하는 시간도 있었다. 유치원에서 만든 작업물을 거의 매일 집으로 가져왔기 때문에, 그날 어떤 활동을 했는지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봄과 가을에는 계절을 직접 느끼는 활동도 있었다. 정원을 가꾸거나 식물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 있었고, 이런 부분은 이탈리아 유치원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무언가를 빨리 익히게 하기보다 생활 안에서 천천히 배우게 하는 쪽에 가까웠다.
외부 수업과 야외활동

우리 아이가 다닌 유치원에는 외부 수업도 있었다. 원어민 영어 수업이 일주일에 한 번, 음악 수업이 일주일에 한 번, 체육 교사가 와서 하는 수업도 일주일에 한 번 있었다.
야외활동도 있었다. 농장 견학을 가기도 했고, 올리브오일을 만드는 곳을 보러 가기도 했다. 어린이 연극을 보러 가는 날도 있었다. 내가 사는 도시의 유치원들은 대체로 규모가 크지 않고 큰 강당 같은 공간도 없었지만, 대신 이런 식으로 바깥과 연결되는 활동들이 있었다.
부모와의 소통 방식
당시에는 공지사항을 종이로 받는 경우가 많았고, 특별행사나 외부활동 안내도 종이로 전달됐다. 부모 단체 채팅방도 있었고, 하원 시간에 선생님과 짧게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자주 있었다. 아주 길고 자세한 상담이라기보다, 그날의 생활을 잠깐 전해 듣는 식에 가까웠다.
복장과 준비물
아이들은 평소에 그렘비울레를 입고 생활했다. 앞치마처럼 입는 옷인데, 이탈리아 유치원 아이들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모습 중 하나다. 다만 6월이 되어 많이 더워지면, 그때는 벗어도 된다는 안내가 있었다.
가방에는 늘 여벌옷과 수건을 넣어두어야 했다. 어린아이들은 놀다가 젖거나 옷을 버리는 일이 생각보다 자주 있기 때문이다. 간식은 유치원에서 제공되었다.
오후 시간은 놀이 중심이었다
우리는 점심 전에 아이를 데리러 갔기 때문에 오후 시간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다만 점심 이후에는 특별한 수업보다는 놀이 중심으로 흘러갔다고 들었다. 자유롭게 놀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식이었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다닌 유치원에는 낮잠 시간이 따로 없었다. 한국 부모들이 궁금해하는 부분 중 하나가 낮잠인데, 적어도 내가 경험한 곳은 점심 이후에도 잠을 자는 구조는 아니었다.
길었던 여름방학
이탈리아 유치원은 여름방학이 길다. 보통 6월 말이면 유치원이 끝나고, 다시 9월이 되어야 새 학기가 시작된다. 부모 입장에서는 이 시기가 꽤 크게 느껴진다. 아이를 맡기던 곳이 한동안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런 긴 방학도 유치원 생활의 중요한 일부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표만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부모의 일상에는 아주 직접적으로 닿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마무리
내가 경험한 이탈리아 유치원은 수업 중심의 공간이라기보다 생활의 공간에 가까웠다. 정해진 시간 안에 무언가를 많이 가르치기보다, 아이들이 하루를 천천히 보내고, 만들고, 놀고, 계절을 느끼고, 다른 나이의 아이들과 섞여 지내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탈리아 유치원의 하루를 떠올리면, 잘 짜인 시간표보다 먼저 하나의 생활 리듬이 생각난다. 이 글이 그 리듬을 궁금해했던 사람에게 조금 더 구체적인 그림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