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아이 생일파티, 서로를 읽는 어른들

시리즈: 이탈리아 아이 생일파티 문화 3

이 글은 이탈리아 아이 생일파티에 자주 참석하며 느낀 사교문화에 대한 기록이다.
아이들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어른들의 관계도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파티는 아이들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서로를 읽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탈리아 야외 정원에서 열린 아이 생일파티 풍경, 전구 조명 아래에서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있는 모습

아이 생일파티에 자주 참석하다 보니 흥미로운 장면이 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의 생일인데, 그날은 엄마들도 조금 달라진다는 것이다.

생일파티를 준비하는 엄마는 그날만큼은 평소보다 더 신경을 쓴다.
평소에는 편한 신발만 신던 엄마도 그날은 힐을 신고 오기도 하고, 화장도 조금 더 하고 옷도 조금 더 차려입는다.

아이의 생일을 준비하는 일은 생각보다 큰 일이다.
장소를 예약하고, 음식을 준비하고, 초대할 아이들을 정하고, 몇 명이 올지 예상하고, 준비했던 것을 다시 바꾸기도 한다.

시간도 들고, 비용도 들고, 에너지도 많이 든다.

겉으로 보면 그 모든 것은 아이를 위한 준비처럼 보인다.
아이의 기쁨과 즐거움을 위해서다.
그리고 그것도 분명 사실이다.
아이들은 정말 즐거워하고, 그날을 오래 기억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 번 파티에 가다 보니 그 자리에는 또 다른 마음도 함께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얼마나 성대했는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사람들이 어떤 기억을 가지고 돌아갈지,
그리고 어쩌면 이 파티를 어떻게 평가할지.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어떤 아이의 생일이었는데, 엄마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선물을 함께 준비하기로 했다.
한 엄마가 생일인 아이의 엄마에게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어봤고, 그 아이가 로마 축구팀을 아주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엄마들은 로마 팀의 상징이 새겨진 운동복과 모자 같은 것들을 준비했다.

생일파티 날, 주인공 아이는 친구들과 노느라 정신이 없었고 진행이 늦어지자 엄마가 먼저 선물 포장을 풀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 엄마의 얼굴에 아주 짧은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조금 실망한 것처럼 보였다.

내 짐작으로는 집에 이미 비슷한 것이 있었던 것 같았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표정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 엄마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고, 100명 가까운 사람들을 위해 엄청난 양의 음식을 준비해 왔다.
웃고는 있었지만, 피곤한 안색과 준비해 온 것들을 보면 그날 파티를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알 수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사람들은 늘 아이가 좋아하면 그만이라고 말한다.
그 말은 물론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파티에 몇 번 가다 보니 선물은 아이만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아이가 좋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선물을 받아든 엄마의 만족도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어쩌면 더 정확한 마음은 이런 것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내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것 같으니 괜찮다.

아이의 생일날이 되면 많은 엄마들이 평소보다 더 신경을 쓴다.
그날은 아이만이 아니라 엄마들에게도 어딘가 특별한 날처럼 보일 때가 있다.

장소를 예약하고, 음식을 챙기고, 사람들을 맞이하고, 파티가 잘 흘러가도록 계속 신경을 쓴다.
아이를 축하하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보이고 손님을 환영하는 자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모든 생일잔치를 보며 가끔은 회의가 들기도 한다.

아이를 위해 파티를 준비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나는 이런 방식의 생일파티 문화 속에서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곳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설날이나 추석을 챙기듯, 이곳에서는 아이의 생일이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모이는 하나의 중요한 날일 수도 있다.
또 오랫동안 이어져 온 파티 문화가 이 사회 안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도 솔직히 말하면 이런 생일파티들을 따라다니는 일은 가끔 꽤 지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러 번 그 자리에 있다 보니, 이 문화가 왜 이렇게 돌아가는지 조금은 보이기 시작했다.

생일파티에 몇 번 가다 보니 그 자리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읽는지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누가 얼마나 말을 하는지,
누가 편안해 보이는지,
누가 많이 웃는지,
누가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섞여 있는지.

처음에는 그런 것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아이들과 같은 부모들이 몇 년씩 계속 같은 학교에 다니고, 같은 모임에서 만나게 되다 보니 그런 작은 장면들이 조금씩 의미를 가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국에서는 학년이 바뀔 때마다 같은 반 친구들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유치원 3년, 초등학교 5년, 중학교 3년을 같은 반 안에서 오래 함께 가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말투나 태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식 같은 것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각인되고 그 사람의 평판을 만든다.

아마 그래서 생일파티라는 자리가 생각보다 더 많은 의미를 갖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이 문화가 완전히 익숙하지는 않다.
아이의 생일을 위해 준비되는 큰 파티와 선물들, 그리고 그 안에서 오가는 여러 마음들이 여전히 조금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여러 해가 지날수록 한 가지는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어쩌면 이곳에서 파티는 아이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서로를 만나고 정보를 나누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서로를 읽고 기억하는 시간이기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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