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탈리아에서 사는 3인 가족인 우리 집 식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글이다.
한 달 식비가 얼마 드는지도 궁금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품목에 더 많이 쓰고 어디에서 줄일 수 있는지를 보는 게 더 현실적이다.
겨울을 기준으로 우리 집의 장보기 리듬과 식비 구조를 중심으로 적어본다.
우리 집은 세 식구다. 아이는 요즘 한창 성장기라 잘 먹는 시기다. 겨울을 기준으로 보면 외식비를 제외한 식비는 대략 800유로에서 850유로 사이인 것 같다. 다만 여기에는 순수한 식재료만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화장지, 키친타월, 칫약, 휴지 같은 생활용품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온라인 장보기와 직접 장보기를 같이 활용한다
우리 집은 바쁠 때는 온라인 장보기를 이용하고, 덜 바쁜 날에는 직접 마트에 간다. 온라인으로는 Coop이나 Emisfero 같은 슈퍼마켓 사이트를 이용한다. 전날 주문하면 다음 날 원하는 시간대에 받을 수 있어서 편하다.
다만 이 부분은 지역이나 사이트마다 조금씩 다르다. 최소 주문 금액이나 무료 배송 기준도 다르다. 내가 사용하는 Coop 사이트 기준으로는 50유로 이상부터 주문할 수 있었고, 100유로 이상이면 배송비가 무료였다.
직접 갈 때는 주로 Coop이나 Emisfero를 이용하고, Conad나 Oasi도 가끔 간다. 다만 후자의 두 곳은 상대적으로 덜 이용하는 편이다.
식비를 볼 때 나는 영양의 균형을 먼저 본다
우리 집은 장을 볼 때 탄수화물, 단백질, 채소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식비를 줄이기 위해 무리하게 예산을 낮추기보다, 영양의 균형을 먼저 두고 간식이나 단것을 최소한으로 사려고 한다.
돌아보면 우리 집 식비는 아주 아끼는 구조라기보다, 어디에는 돈을 쓰고 어디에서는 줄이는 구조에 가깝다.
고기는 슈퍼보다 정육점을 이용한다
우리 집은 고기를 슈퍼마켓에서 사지 않는다. 가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정육점, 그것도 조금 더 품질이 좋은 정육점에서 사는 편이다. 슈퍼마켓 고기가 가장 저렴하고, 일반 정육점은 그보다 조금 높고, 우리가 가는 조금 더 좋은 정육점은 그보다 다시 조금 더 높은 편이다.
대략 기억나는 가격은 이렇다.
- 소고기 1kg: 26~29유로
- 닭고기 1kg: 19~20유로
- 돼지고기 1kg: 19~20유로
- 송아지 고기 1kg: 39유로까지 본 적 있음
우리 집은 소고기와 닭고기를 주로 이용하고, 돼지고기는 생고기로는 거의 사지 않는 편이다.
그 이유는 아이 학교 파니노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파니노 안에 insaccati, 그러니까 salame나 prosciutto 같은 가공육을 넣게 되는데, 이 재료들이 대부분 돼지고기에서 온다. 그래서 생고기로서의 돼지고기는 상대적으로 덜 사게 된다.
내가 사는 지역 기준으로는 이탈리아에서 고기가 한국보다 싼 편이라고 느껴진다. 반면 생선은 고기에 비해 더 비싸고, 한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생선은 냉동 생선을 잘 활용한다
우리 가족은 내륙 지방에 살고 있고, 생선가게에 가더라도 신선한 생물 생선을 쉽게 구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생선은 신선 생선만 사는 것이 아니라 냉동 생선을 꽤 잘 활용한다. 이탈리아에서는 가시를 잘 제거한 손질 냉동 생선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고, 종류도 생각보다 다양하다.
냉동야채 종류가 많은 것처럼 냉동 생선도 여러 가지가 있고, 품질에 따라 가격 차이도 있다. 나는 주로 Findus 같은 브랜드를 사는 편인데, 가격은 조금 나가지만 생선 상태가 괜찮고 손질이 잘 되어 있어서 편하다.
다만 이런 제품은 정가로 사면 부담이 있어서 40퍼센트 할인 같은 행사가 있을 때 많이 사두는 편이다.
냉동야채와 손질채소는 낭비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다
나는 신선한 야채만큼 냉동야채도 자주 구입하는 편이다.
신선한 야채는 사두면 금방 무르거나 시들해지고, 끝까지 다 먹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반면 냉동야채는 먹을 만큼만 꺼내 쓰고 다시 넣어둘 수 있어서 오래 두고 쓰기 좋고, 상할 걱정이 훨씬 덜하다.
그래서 냉동야채는 단순히 편해서만이 아니라, 돈 낭비와 식재료 낭비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우리 집에서는 건강과 편의, 낭비를 줄이는 실용성까지 함께 생각한 선택이라고 느낀다.
샐러드는 이미 손질되어 봉지에 들어 있는 제품을 자주 이용한다. 씻고 다듬는 과정이 줄어들기 때문에 바쁜 날에도 부담 없이 먹게 된다. 손질채소는 식비를 크게 줄여주지는 않지만, 바쁠 때도 야채를 챙기는 습관을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준다.
자주 사는 기본 식재료도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항상 사두는 야채로는 당근이 있다.
반면 감자는 늘 쟁여두지는 않는다. 이탈리아에서는 감자에 싹이 빨리 나는 편이라 싹이 나지 않은 감자를 고르는 것도 쉽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 집은 감자를 많이 사두기보다 필요한 날 그때그때 몇 개만 사는 편이다.
봄에는 아스파라거스를, 여름에는 애호박을 자주 산다. 이탈리아에서는 이 시기 애호박 가격이 꽤 싼 편이라 부담 없이 자주 먹게 된다. 가을에는 호박을, 겨울에는 펜넬을 자주 산다.
내 체감으로는 이탈리아는 한국보다 야채와 과일이 싼 편이고, 고기도 한국보다 저렴한 편이다. 다만 생선은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진다.
간식은 사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서 최대한 단순하게 간다
간식도 식비에 꽤 영향을 준다.
우리 집은 merendine 같은 가공 간식을 한 번 사기 시작하면 계속 손이 가는 편이라, 웬만하면 처음부터 자주 사지 않으려고 한다. 겨울에만 초콜릿을 조금 사두는 편이고, 그 외에는 가능한 한 집에서 단순하게 해결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플레인 요거트나 그릭 요거트에 꿀을 넣거나, 바나나에 마스카르포네 치즈를 발라주는 식이다. 완전히 무가공 식단은 아니지만, 적어도 단맛이 강한 간식을 습관처럼 사두는 일은 피하려고 한다.
줄일 수 있는 부분은 할인과 회원카드에서 나온다
식비를 줄이는 데 가장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회원카드와 할인이다.
Coop 같은 곳은 회원카드가 있으면 좋은 브랜드가 40퍼센트까지 할인될 때도 있다. 시즌별로 세일 품목이 자주 바뀌고 할인 폭도 다양하다. 특히 냉동식품에서 이런 할인 폭이 크게 들어갈 때가 있어서 그 기회를 잘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또 할인 쿠폰도 유용하다. 예를 들면 30유로 이상 장보면 5유로 할인 같은 쿠폰이 나오는데, 이런 것을 모아두었다가 쓰면 체감이 꽤 된다.
결국 식비를 크게 줄이는 비법이 따로 있다기보다, 기호식품은 줄이고 영양의 균형을 맞춰주는 식품들로 식탁의 기둥을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 또 평소 자주 사는 토마토소스 같은 품목이 할인에 들어가면 미리 넉넉히 사두는 것도 식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물은 사 먹지 않고 브리타를 쓴다
이탈리아에서는 생수를 사 먹는 집도 많지만, 우리 집은 약 2년 전부터 브리타 필터를 써서 수돗물을 정수해 마신다. 그 전에 사설 업체에 물 검사를 개인적으로 의뢰했고, 검사 결과를 보고 수돗물이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필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식비를 아낀다는 의미보다는, 환경과 건강을 함께 고려해 내린 우리 가족의 선택에 가깝다.
물을 계속 사러 가지 않아도 되고, 매일 플라스틱 병이 쌓이지 않는 것도 좋다. 이탈리아에서는 수돗물 자체는 깨끗하고 건강한 물이라고 보는 인식이 꽤 있다. 오래된 건물이 많다 보니 문제는 물 자체보다 건물 배관 쪽에 있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필터를 거쳐 마시는 쪽을 선택했다.
여름에는 식비가 조금 줄어든다
여름에는 식비가 겨울보다 약 50유로 정도 줄어드는 편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더우면 겨울보다 덜 먹게 된다.
따뜻한 음식이나 묵직한 식사가 줄고, 전체적으로 식사량이 조금 가벼워진다. 계절에 따라 식비가 달라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우리 집에서는 특히 겨울과 여름 차이가 꽤 분명하게 느껴진다.
우리 집 식비를 돌아보면
돌아보면 우리 집 식비는 무조건 아끼는 구조는 아니다. 대신 음식의 질과 건강, 그리고 식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집에 가깝다. 고기는 정육점에서 사고, 달걀은 비오 달걀을 사고, 편의를 위해 냉동야채와 손질채소, 냉동 생선도 자주 산다.
대신 가공 간식을 줄이고, 할인과 회원카드를 활용하고, 물을 사 먹지 않는 식으로 균형을 맞춘다. 그래서 우리 집 식비는 단순히 많이 쓰는 집이라기보다, 어디에는 돈을 쓰고 어디에서는 줄이는 집에 가깝다.
식비는 한 달 총액만 보는 것보다, 그 집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장을 보는지를 같이 봐야 더 잘 보인다고 느낀다. 우리 집에서는 건강, 편의, 아이 성장기 식사를 함께 놓고 그 균형을 맞추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