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

시리즈: 유학생에서 학부모로 2

이 글은 이탈리아 병원에서의 유도분만과 제왕절개, 그리고 빠른 퇴원까지 이어졌던 출산 경험을 담담하게 기록한 글이다. 한국과 다른 의료 시스템 속에서 친절과 불친절, 운과 도움 사이를 오가며 무사히 아이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본다.

아직도 산모들이 모여 있는 병동의 문을 열고 들어가던 순간이 기억난다.
오른쪽에 있는 입원실들은 의사들이 직접 맡는 병실, 왼쪽에 있는 입원실들은 인턴들이 담당하는 병실이라고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에게 언뜻 들었다.

나는 운이 좋게도 오른쪽 병실로 안내받았다.
친절하고 좋은 에너지를 가진 간호사들과, 번아웃이 너무 분명해 보여 나를 괜히 움츠러들게 하던 간호사들이 번갈아 가며 나를 돌봤다.

나는 출산 예정일이 지나 유도분만이 예정돼 있었다.
유도분만 과정에서 태변 관련 문제가 생겼고, 무슨 일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다행히도 알고 지내던 수간호사가 있었고, 그녀와 그녀 팀의 도움으로 쉽지 않았던 제왕절개 분만 과정은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었다.

이탈리아의 의료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한국만큼 섬세하지 않다.
예를 들어 임신 마지막 달에 초음파로 아이의 크기를 확인하는 절차는 공공의료 시스템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출산하던 당시(약 14년 전)에는 그랬다. 아마 사설 클리닉을 이용하면 한국 돈으로 약 이십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가능했을 것이다.

나는 체구가 작은 편인데, 막달에 우리 아이는 무럭무럭 자랐는지 막상 분만을 해 보니 사 킬로그램이 넘는 아기였다. 그 숫자를 듣고 나서야, 내가 왜 그렇게 버거웠는지 몸이 먼저 이해했다. 어차피 내 작은 골반으로는 자연분만이 어려웠을 아이였다.

친절과 불친절 사이를 오가며, 고통과 정신을 붙들어야 한다는 의지 속에서 나는 출산 후 사일쯤 지나 병원을 나왔다.

이탈리아 병원은 출산 후 매우 빠르게 퇴원하는 구조다.
제왕절개의 경우 조금 더 머물 수는 있지만, 그마저도 보통 사일이면 퇴원 날짜가 정해진다.

자궁 수축 주사는 집에 가서 스스로 놓아야 했다.
간호사는 나에게 주사 놓는 방법을 짧게 알려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스템 안에서 최선을 다해 움직여준 사람들이 있었다.
운과 도움 덕분에 나는 무사히 병원을 나올 수 있었다.

그 장식은 축하였고, 나는 그 축하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그날의 방문은 내게는 낯섦이었고, 그들에겐 사랑의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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