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탈리아에서 조부모의 도움이 육아의 기본 구조처럼 작동하는 풍경을, 공원과 일상에서 본 장면들로 담담하게 정리한다. 조부모님이 가까이 있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 사이에서, 육아의 무게와 선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내 경험을 곁들여 바라본다.

이탈리아에서는
엄마 아빠가 모두 일하는 집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아이가 어릴 때는
조부모님들이 양육의 절반 이상을 맡는 경우도 흔하다.
유치원이나 학교 픽업은 물론이고,
병원에 데려가는 일도 조부모님 몫인 집이 많다.
아이가 조금 커서
야외 활동을 할 수 있을 때가 되면
공원에 엄마 아빠와 함께 온 아이만큼이나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온 아이들도 많이 보인다.
같은 도시, 같은 동네에 조부모님이 살고 있다면
그건 단순히 거들어주시는 것을 넘어서
육아 자체의 무게를 한결 가볍게 만들어 주시는 거다.
물론 모두가
그런 혜택을 누리는 건 아니다.
도시를 떠나
다른 지역에 정착한 부모들은
이 조부모님 찬스를 쓸 수 없다.
우리 가족도 그 경우였다.
내 부모님은 서울에 계셨고,
남편의 부모님은
이탈리아 남부에 사셨다.
여기서 꽤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조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기거나
갑자기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황이
한 번도 없었다.
아이를 키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알게 됐다.
조부모님 찬스가
얼마나 큰 숨구멍이 되는지,
얼마나 양육의 무게를 덜어주는지.
이탈리아에서는
아이를 세 살 터울로 낳는 게
어떤 공식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조부모님 찬스를
넉넉하게 쓸 수 있는 집일수록
아이를 둘, 혹은 그 이상 키우는 경우도 많다.
그건 설명을 통해서가 아니라
다른 집들의 일상을
옆에서 보면서
조용히 느끼게 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