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이탈리아 아이 생일파티 문화 3
이 글은 이탈리아에서 아이를 키우며 경험한 생일선물과 생일파티 문화에 대한 기록이다.
아이들 생일파티에 참석하지 못했을 때도 선물에 참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던 나와,
이곳에서 느낀 참석과 선물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생일선물에는 꼭 참여하는 편이었다.
생일파티에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선물에는 참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초대를 받았는데 가지 못하는 경우에도 다른 엄마들이 모으는 선물에 돈을 보태곤 했다.
그렇게 3년 넘게 지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조금 이상한 점을 알게 됐다.
아이들 생일파티에 참석하지 않으면, 아무리 서로 친해 보이는 사이여도 선물에는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꽤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아주 절친한 사이면 따로 선물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내가 있던 그룹에서는 참석하지 않으면 선물에도 참여하지 않는 일이 생각보다 흔해 보였다.
선물을 단체로 준비할 때는 보통 카드에 참여한 아이들의 이름을 적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느낀 건 그 이름들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아이의 생일파티에 실제로 왔느냐, 오지 않았느냐였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우리 아이와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해도 될 만큼 가까운 아이가 있었다.
같은 그룹 안에서도 가장 친한 아이였다.

우리는 6월에 있었던 그 아이의 생일파티에 참석했고 선물에도 참여했다.
우리 아이 생일은 8월이라 도시를 떠난 가족들이 많았고, 그 친했던 아이도 그때는 도시에 없었다.
그래서 그해에는 도시에 남아 있는 아이들만 모아서 작은 생일파티를 했다.
다른 아이들 생일 때와 마찬가지로, 초대받은 아이들의 엄마들이 약 15유로 정도씩 모아 단체 선물을 준비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 생일 때 그 친구는 파티에도 오지 않았고, 선물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단순히 잊었을 수도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때 나는 조금 놀랐다.
친한 사이와는 별개로, 생일파티에 참석하지 않으면 선물에도 참여하지 않는다는 작은 공식 같은 것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일도 하나 있다.
아이가 두 살이었을 때, 유아원에 같이 다니던 어떤 아이의 생일이 있었다.
그 아이는 방학 바로 다음 날이 생일이었고, 집에서 생일파티를 한다는 초대장을 받았다.
우리는 사정이 있어서 그 파티에 갈 수 없었다.
그래도 그냥 넘어가기가 마음에 걸려 선물을 하나 준비했다.
유아원에서 그 아이의 엄마를 만나 직접 전해주려고 했는데, 그날은 엄마가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선물에 짧은 생일 축하 메시지를 붙여 그 아이의 사물함 안에 넣어 두고 왔다.
그 집은 우리 집 근처라 그 뒤로도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엄마는 그 일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맙다는 말도, 선물을 봤다는 말도 없었다.
그래서 한동안 그 일이 마음에 남아 있었다.
내가 뭔가를 잘못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아직 이곳의 작은 규칙을 잘 몰랐던 것인지 오래 생각했다.
지금도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나는 확신할 수 없다.
우리가 참석하지 않았지만 선물에는 동참했던 그 생일파티에서, 모든 엄마들이 카드에 적힌 우리 아이의 이름을 정말 끝까지 읽었을지.
어쩌면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이름을 끝까지 읽은 사람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여기 이탈리아에서는 선물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그 자리에 함께 있었느냐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