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지난 겨울, 이탈리아의 겨울은 한국만큼 춥지 않다는 걸 다시 느꼈다.
하지만 이 나라의 겨울 하늘은 생각보다 자주, 오래 회색이다.
회색 하늘이 길어질수록, 비타민 D는 몸과 마음을 챙기기 위한 작은 습관이 된다.
한국의 겨울에 비하면, 이탈리아의 겨울은 초봄 같다.
혹한이라고 부르기엔 애매한 날이 많다. 물론 북부, 중부, 남부가 다르고 도시마다 체감이 달라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 겨울을 보낸 사람이라면 대체로 비슷한 말을 하게 된다. 한국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그런데도 나는 겨울이 되면 종종 한국의 겨울이 그립다.
추위가 아니라 청명한 파란 하늘 때문이다.
이 나라의 겨울 하늘은 생각보다 자주, 오래 회색이다.
아침과 점심, 저녁의 구분이 흐려질 만큼 하루 종일 구름 낀 하늘이 계속되는 날들이 있다. 그런 날이 며칠씩 이어지면, 삶의 채도가 조금씩 빠지는 느낌이 든다. 무언가를 크게 잃은 것도 아닌데 괜히 기운이 꺾이고, 이유 없이 무기력해진다.

게다가 겨울 한가운데로 들어가면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진다.
아이는 학교에 가려고 아침 7시 반쯤 집을 나서는데, 1월과 2월에는 그 시간이 아직 동도 트기 전이다. 아이는 어슴푸레한 어둠 속으로 가방을 메고 나간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겨울이 춥다기보다 조금 슬프고 어둡다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그럴 때 한국의 겨울 하늘이 떠오른다.
춥긴 해도 파란 하늘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고, 창문 너머 햇빛이 환하게 들어오던 날들이 있었다.
나는 그 햇빛을 겨울의 일부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이탈리아에서 겨울의 비타민 D는 생활 습관처럼 자리 잡아 있다.
건강을 좀 챙긴다는 사람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겨울이면 비타민 D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유아기부터 권장받는 경우가 많고, 청소년기에도 흔히 이어진다.
우리 아이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늦봄과 여름, 초가을을 제외한 계절에는 비타민 D를 꾸준히 먹고 있다.
뼈와 성장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주치의 소아과에서도 계속 권했고, 우리는 그 흐름대로 지금까지 이어왔다.
사실 비타민 D는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햇볕을 쬐기 어려운 겨울에는 어른에게도 필요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무엇보다 회색 하늘의 날들이 길어지다 보면, 몸과 마음이 같이 반응한다.
그럴 때면 나와 남편도 비타민 D를 챙겨 먹는다. 꼭 무언가를 치료한다기보다, 겨울을 건너는 작은 생활 기술처럼.
이탈리아의 겨울은 한국만큼 춥지 않다.
그런데도 햇빛이 적은 겨울은 생각보다 길게 느껴진다.
나는 이 나라에서, 겨울이 힘든 이유가 추위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빛이 줄어들면 마음의 온도도 같이 낮아진다는 걸. 그래서 겨울에 우리가 비타민 D를 챙기는 건, 몸을 위한 일이면서 동시에 마음을 돌보는 습관이기도 하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