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지난 12월 끝자락, 크레모나(Cremona)로 2박 3일 여행을 갔다.
도착해서 처음 든 느낌은 아주 작고 아담하지만 퀄리티가 높은 도시라는 것.
센트로는 걸어서 돌아보기에 충분했고, 조용한 도시의 정경에 마음이 자연스럽게 차분해졌다.
우리는 호텔 임페로(Hotel Impero) 에 묵었다. 센트로 한가운데라 동선이 정말 편했다.
외관도 실내도 깔끔했고 직원들도 친절했다. 방 컨디션이 새것처럼 느껴졌고, 화장실도 깨끗했다. 조식도 만족스러웠다.
공용 주차장과도 가까웠고, 무엇보다 바이올린 뮤지엄(Museo del Violino) 까지 걸어서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워서 편리했다.
그리고 우리 경우에는 주차 정산을 주차장에서 하지 않고 호텔 프런트에서 처리했더니 할인 적용이 됐다. 주차장을 이용한다면 체크아웃할 때 프런트에 한 번 물어보는 게 좋다.
1일차 점심, 두오모 앞에서의 첫 끼
크레모나에 도착했을 때는 점심시간이었다. 배가 많이 고팠다.
우리는 미리 맛집을 잔뜩 조사해두기보다는, 가서 걸으며 고르고, 현지에서 추천을 받는 스타일이다.
첫 끼는 두오모 근처의 리스토란테 피체리아 두오모(Ristorante Pizzeria Duomo) 였다.
내가 먹은 건 해산물이 들어간 스파게티, 스파게티 알로 스콜리오(Spaghetti allo scoglio).
남편은 레몬과 함께 나오는 송아지고기 코톨레타(Cotoletta di vitello)를 먹었는데, 옆에 튀긴 감자와 샐러드가 같이 나왔다.
화이트 와인 한 잔까지 곁들이니, 여행 첫날 점심으로 딱 좋았다.
점심을 먹고 나서 시내를 한 바퀴 돌았다.
도시가 작아서 반나절이면 구시가지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잡힌다. 그런데 이 작은 도시에 서점이 여러 군데 있는 게 좀 놀라웠다.
오래된 구시가지를 허투루 두지 않고, 잘 돌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만 우리가 갔던 시기는 크리스마스 연휴가 겹쳐 있었다.
토요일-일요일-월요일이 이어져 문을 닫은 바이올린 공방이 많았지만, 간혹 열려 있는 곳도 있었다.
문이 열린 공방에서는 은은한 조명 아래, 주문받은 바이올린을 조용히 만들어가는 장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크레모나 센트로에서 꼭 들러볼 두 곳
선물과 티타임이 한 번에 해결된다
네고치오 스페를라리(Negozio Sperlari / Sperlari 1836)
크레모나에서 선물을 사기 가장 좋은 곳 중 하나였다.
안에 들어가면 사탕과 초콜릿 종류가 정말 많다. 절인 과일류, 달콤한 것들, 그리고 리큐어 같은 술 코너까지 있어서 기념품 고르는 재미가 커진다.
작은 포장 단위로 살 수 있는 것도 많아서, 선물용으로 특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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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gozio Sperlari Cremona
- Sperlari 1836 Cremona
파스티체리아 란프란키(Pasticceria Lanfranchi)
스페를라리 바로 앞에 위치한 티룸 (Tea Room), 여기서 크레모나의 겨울 속 따뜻함을 느낄수 있었다.
1층에는 수제 디저트가 양쪽으로 쭉 진열되어 있고, 2층은 티룸이다. 1층에서 디저트와 차를 주문하고 위로 올라가 앉아 기다리면 주문한갈 가져다주는 방식이라 편했다.
내가 앉아 있던 티룸은 마치 오래된 이탈리아 영화에 나올 법한 분위기였다. 차분하고 단정했고,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흐르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먼저 차를마시고 나중에 주문했던 영수증을 가져가 계산을 하는 방식은 인간미와 함께 옛 이탈리아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었다.
이탈리아는 커피숍(바, bar)은 정말 많지만, 이런 식의 티룸은 생각보다 귀하다. 그래서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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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sticceria Lanfranchi Cremona
- Lanfranchi sala da tè Cremona
2일차, 바이올린 뮤지엄과 오디토리움
둘째 날은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바이올린 뮤지엄(Museo del Violino) 으로 갔다.

크레모나에 당일치기로 왔다면 이곳은 꼭 추천하고 싶다. 전시를 보고 나오면, 이 도시가 왜 바이올린의 도시인지 그리고 그 전통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납득이된다.
뮤지엄 안에는 서점 겸 기념품관이 있다.
바이올린 관련 서적이 정말 많았고, 시중에 구하기 어려운 책들도 꽤 보였다.
대신 가격대는 전체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작고 저렴한 기념품들도 있어서, 부담 없이 하나쯤 고르기 좋았다.
그리고 겨울에 가면 의외로 중요한 팁이 있다.
뮤지엄 안은 히터를 꽤 강하게 틀어서, 코트까지 입고 있으면 금방 덥다.
티켓 예매/확인하는 곳 옆에 라커가 있는데, 거기에 겉옷과 가방을 넣어두면 뮤지엄을 도는 내내 훨씬 편해진다.
또 하나 반가웠던 건 팜플렛 중에 한국어가 있다는 것.
짧게라도 한국어 안내가 있으면 전시를 훨씬 편하게 따라갈 수 있다.
우리는 운이 좋게도 조반니 아르베디 오디토리움(Auditorium Giovanni Arvedi) 공연 티켓을 구할수 있었다.

입장권과 공연 일정은 온라인에서 미리 확인하고 예매할 수 있다.
그날 우리가 들었던 악기는
주세페 과르네리 델 제수(Giuseppe Guarneri del Gesù)의 바이올린 스타우퍼(Stauffer, 1734) 였다.
나는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 순간에는 몸으로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 시간이 한시간 내로 길지 않았고, 오히려 짧아서 더 집중하게 됐다.
토라초, 해 질 무렵에 올라가보자

크레모나 센트로에는 여느 이탈리아 도시처럼 두오모가 있다. 특이한 점은 옆에 종탑이 붙어 있다.
두오모 디 크레모나(Duomo di Cremona) 와 토라초(Torrazzo) 다.
탑에 오르려면 입장료를 내고 많은 계단을 올라야 한다.
우리는 해가 지기 시작할 즈음 올라갔는데, 그 시간이 정말 좋았다.
작은 도시의 지붕과 골목이 한눈에 들어오고, 크리스마스 장식의 불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도시를 만날 수 있었다
3일차, 조식 그리고 귀가
마지막 날은 호텔 조식을 먹고 집으로 천천히 돌아오며 2박 3일 여행을 마무리했다.
크레모나 2박 3일 한 줄 요약
- 1일차 점심 도착 → 센트로 산책 → 공방 구경 → 간단한 저녁
- 2일차 바이올린 뮤지엄 → 서점·기념품관 → 오디토리움 공연 → 두오모와 토라초
- 3일차 조식 → 귀가
마무리
크레모나는 작은 소도시다. 그래서 더 좋다.
작은도시의 따뜻한 기억과 여러 장면이 또렷하게 남는다.
바이올린의 도시는 바이올린을 잘 아는 사람만을 위한 곳이 아니었다.
모르는 사람도, 악기가 주는 특별함과 장인들의 진지함 그리고 아름다운 음이 주는 즐거움을 가져갈수 있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