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첫날, 다들 가운을 손에 들고 있었다

시리즈: 이탈리아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3

이 글은 이탈리아 유치원 첫 등교 날, 교문 앞에서 부모들이 가운을 손에 들고 서 있던 장면을 통해 이곳의 단정함과 생활 리듬을 정리한다. 제도나 교육 방식보다 먼저 기억에 남은 그 아침의 풍경 속에서, 이탈리아에서 아이를 키우며 느꼈던 생경함과 신선함을 함께 돌아본다.


이탈리아에서는 공립 유치원이 보통 9월 초에 시작한다.
들어가려면 그보다 훨씬 전에 등록을 해야 하고, 이 시기를 놓치면 공석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첫 등교 날은 아이들이 각자 다른 날 들어가는 게 아니라, 모두 같은 날 함께 등교한다.

그래서 그날 아침, 유치원 교문 앞에는 아이 손을 잡은 부모들이 한꺼번에 모여 있었다.
아이들은 까불며 뛰어다니거나, 부끄러움이 더 많은 아이는 엄마 아빠,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 안겨 있었다.
작은 가방을 메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

그때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엄마 아빠들 손에 들린 가운이었다.
그렘비울레 (grembiule) 라고 불리는 유치원 가운.
다들 그걸 입혀서 온 게 아니라, 구겨질까 봐, 혹은 아이가 입기 싫다고 해서
잘 다린 가운을 조심스럽게 팔에 걸치고 있었다.

가운 하나를 들고 있는 모습이 이상하진 않았다.
그 위로, 여행을 갈 때도 소형 다리미를 챙겨가던 이탈리아 사람들이 떠올랐다.
구겨진 옷을 입는 걸, 냄새나는 옷을 입는 것만큼이나 불편해하는 사람들.

그래서인지 부모들 손에 들린 유치원 가운이 오히려 묘하게 정성스러워 보였다.
아침 공기 속에서 다림질된 천이 유난히 말끔해 보였다.

한국은 요즘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유치원 첫날의 풍경과는 조금 달랐다.

‘첫날이니까 최대한 깔끔하게, 단정하게.’
입학 첫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다는
그 들뜸과 어색함,
그리고 그 어색함을 지우기 위한 더 큰 미소와 웃음들이
이탈리아 엄마 아빠들 얼굴에 겹쳐 보였다.

아이들은 상황을 잘 모른 채 뛰어다니거나,
어색함에 가만히 서 있었다.
부모들은 서로 아는 사이인지,
아니면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탈리아 사람들답게 수다를 떨며 모두 한껏 들떠 있는 얼굴이었다.

잠시 후 선생님이 나와 아이들을 맞이했고,
반에 따라 아이들을 나누었다.
귀여운 세 살짜리 아이들이 줄을 서서
교실로 들어가던 첫 순간.

지금도 이탈리아 유치원을 떠올리면,
교육 방식이나 제도보다
그날 아침 교문 앞에서 보았던 가운들이 먼저 생각난다.
잘 다려진 가운을 손에 들고 서 있던 부모들의 모습이.

그 장면이 왜 그렇게 기억에 남았는지는
아직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그날 나는,
이곳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게
어떤 리듬으로 흘러가는지
처음으로 몸으로 느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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