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이중언어 이야기 1
이 글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이중언어가 어떻게 자연스럽게 흔들리고 방향이 바뀌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어릴 때의 기쁨과 초등학교 이후의 현실 사이에서, 엄마로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것들과 아쉽지만 놓아주어야 했던 것들을 담아두었다.

우리 아이는 어릴 때부터 두 가지 언어 속에서 자랐다. 나와 있을 때는 한국어를, 아빠와 유치원에서는 이탈리아어를 사용했다.
아이에게 태어나자마자 한국어로 말을 걸었고, 놀랍게도 아이는 내가 하는 모든 한국어를 이해하며 짧은 단어와 문장으로 대답했다. 점점 문장도 길어지고, 대화도 자연스러워졌다.
타지에서 나 한 사람과의 한국어 소통만으로도 아이가 한국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특하게 느껴졌다.
유치원에 가면서 아이는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이탈리아어 환경에서 보내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내가 하는 한국어를 듣고 이탈리아어로 대답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반응이라고 생각했고, 고치려 하지 않았다. 혼자서도 한국어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기특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아이는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엄마, 우린 이탈리아에 있으니까 이제 이탈리아어로 얘기해요.”
처음에는 조금 섭섭했다. 그동안 내가 노력하며 이중언어 환경을 만들어주려 애썼던 시간들이 헛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주변에 한국인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한국어를 쓸 기회는 없었고, 한국어 사용이 특별하거나 자랑스러울 이유도 없었다. 아이는 자연스럽게 사회적 상황에 맞춰 이탈리아어를 선택한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한국어를 들려주었다. 짧은 대화, 노래, 이야기 읽기를 통해서였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었다. 당장 아이가 대답하지 않아도, 언어는 아이 마음속에 서서히 쌓이고 있었다.
지금 아이는 십대 중반이 되었고, 나는 집에서 가끔 한국어로 말을 건넨다. 아이가 처음처럼 바로 대답하지는 않지만, 그 언어가 아이에게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아이가 자신이 이중언어를 가진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